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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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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t to Stay Alive | 실천편 6 — 양파와 마늘, 된장을 한 번 더 쓰는 법 먹는 문제를 넘어서, 이제는 남는 문제를 다룬다. 양파와 마늘, 된장을 한 번 더 쓰는 법(저장과 회수의 기술)1. 먹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다실천편 4까지 오면서나는 더 이상“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하지 않게 됐다. 뒷다리살로 단백질을 채우고,밑반찬으로 식사의 밀도를 올리고,국물 떡볶이조차 한 끼의 구조 안으로 끌어왔다. 이제는 버틸 수 있다.자주 먹어도 무너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긴다. 배는 괜찮은데,냉장고가 복잡해진다. 그리고 이 복잡함은‘먹고 남아서’가 아니라‘먹느라 남기지 못해서’ 생긴다.2. 문제는 음식이 아니라, 남는 것들이다먹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는데그 다음이 정리되지 않는다. 조금 남은 된장,애매하게 남은 양파,쓰다 남긴 마늘,한 번 쓰고 끝난 고기. 하나하나는 사소하..
Eat to Stay Alive | 실천편 5 — 자주 먹는 식사가 남기는 것들 (의도적인 전환의 기록)------------------------------------- 실천편 4까지 오면서나는 더 이상 “오늘 뭘 먹지?”라는 질문을자주 하지 않게 됐다. 먹을 수 있는 방식은 정리됐고,자주 먹는 음식도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버틸 수 있다.그런데 그 다음부터조금 다른 감각이 생긴다. 배는 괜찮은데,냉장고가 점점 복잡해진다. 조금 남은 재료들,한 번 쓰고 애매하게 남은 양념들,다음에 쓰자며 밀려난 것들. 하나하나는 문제가 아닌데이게 쌓이면식사가 다시 흐트러진다.이 감각은특별한 실패에서 오지 않는다.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하던평범한 일상에서조용히 생긴다.이때 깨닫는다. 문제는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먹고 난 뒤에 무엇이 남느냐라는 걸.자주 먹는 식사는항상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
회복되지 않은 뇌 5편 | 치매는 문명의 질병인가 조용한 저녁의 시간은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이 시간 속에서무엇이 회복되고,무엇이 소모되고 있는지는거의 묻지 않는다. — 개인의 노화에서 사회 구조의 문제로치매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늘 개인을 떠올린다.나이가 들어서,유전이 있어서,관리를 못해서. 그리고 그 책임은조용히 개인과 가족의 몫이 된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은 거의 묻지 않는다. 왜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이 동시에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가.개인의 문제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많은 공통점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비슷한 방식으로 기억을 잃는다. 집중이 흐려지고,감정 조절이 무너지며,일상의 맥락을 붙잡지 못한다. 이 현상을개인의 의지나 관리 부족으로만 설명하기에는공통 조건이 너무 많다.쉬지 못하는 생활 리듬회복이 밀려난 수면 구조멈추지 않는..
Eat to Stay Alive | 실천편 4 — 국물 떡볶기 실천편 1이 식사의 기본 구조를 다뤘다면,실천편 2는 그 구조가 현실의 식탁에서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기록했다.실천편 3이 외식과 남김 앞에서 그 구조가 어떻게 시험받는지를 다뤘다면,이번 글은 그 구조가 가장 무심하게 흔들리는 순간을 다룬다.간식처럼 먹었다고 생각했지만,사실은 한 끼를 대신하고 있었던 음식.국물 떡볶기다.자주 먹어도 무너지지 않는 한 끼의 구조떡볶이는 늘 애매한 음식이다.간식 같기도 하고, 식사 같기도 하다.하지만 내가 여기서 말하는 국물 떡볶기는그 질문 자체가 필요 없는 음식이다.탄수화물·단백질·국물·온기·리듬이 동시에 작동하는,의외로 드문 완성형 한 끼다.1. 왜 ‘국물’이어야 했는가이 시리즈에서 계속 말해온 기준은 단순하다.싸게 먹는 게 아니라흔들리지 않게 먹는 것 국물형 떡볶기는떡이..
회복되지 않은 뇌 4편 | 뇌에도 안식일이 필요한가 우리는 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로 쉬고 있었는지는, 한 번도 묻지 않았다. — 회복 없는 사용이 만드는 문명적 손상언제부터 인간은멈추지 않는 존재가 되었을까.언제부터 쉼은 죄책감이 되었고,가만히 있는 시간은낭비로 취급되었을까.우리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일을 하지 않을 때조차,자극을 멈추지 않는다.화면은 꺼지지 않고,소리는 끊기지 않으며,생각은 계속 호출된다.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사람은 더 이상“쉬고 있다”고 말할 수 없게 된다.회복이 사라진 사회현대 사회는성취를 기준으로 인간을 평가한다.얼마나 빨리 반응하는가,얼마나 많이 처리하는가,얼마나 오래 버티는가.그러나 이 기준에는하나의 중요한 항목이 빠져 있다.회복이다.우리는 몸의 회복에는비교적 관대하다.근육통이 오면 쉰다.위가 불편하면 공복을 준..
Eat to Stay Alive | 실천편 3 — 탕수육을 버리지 않는 법 실천편 1이식사의 기본 구조를 다뤘다면,실천편 2는그 구조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기록했다. 싸게 먹는 기술이 아니라,밑반찬으로 완성되는 한 끼. 국 하나로 배를 채우는 식사가 아니라,한 끼의 리듬을 만드는 방식에 대한 기록이었다. 그리고 이번 글은그 구조가가장 먼저 무너지는 지점을 다룬다.탕수육이다.탕수육은사람들이 가장 먼저 포기하는 음식 중 하나다. 기름이 많을 것 같고,집에서 만들기 번거롭고,한 번 실패하면다시는 안 하게 될 것 같다는 이유로대부분은“밖에서 사 먹는 음식”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기준으로 보면탕수육은배제할 음식이 아니다. 다뤄야 할 음식이다.왜 지금, 이 음식을 이야기하는가우리는 지금음식이 가장 화려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몸을 가장 쉽게 소모하는 시대이..
회복되지 않은 뇌 3편 | 배경 자극은 왜 가장 위험한 피로인가 우리는 쉬고 있다고 느끼지만,뇌는 그 시간에도 멈추지 않고 작동한다. — 뇌는 ‘쉬는 척하는 자극’을 견디지 못한다 — 우리는 쉬고 있다고 느낀다. 소파에 앉아 있고, 화면을 멍하니 보고 있으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는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뇌는 그 시간에도 계속 입력을 받고, 의미를 분류하고, 반응 여부를 판단한다. 이 차이가 쌓일 때, 사람은 쉬고 있다고 믿지만 뇌는 점점 더 지쳐간다. 가장 위험한 피로는 ‘힘든 피로’가 아니다사람들은 피로를 노동과 연결한다.집중해서 일했을 때,몸을 많이 썼을 때,감정적으로 소모되었을 때를 떠올린다. 그러나 뇌를 가장 빠르게 소모시키는 것은강한 자극이 아니다.약하지만 끊기지 않는 자극이다.¹ 배경으..
Eat to Stay Alive | 실천편 2 — 추어탕을 늘려 먹는 법 실천 1편이 식사의 기본 구조를 다뤘다면,이번 글은 그 구조가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기록한다. 싸게 먹는 기술이 아니라, 밑반찬으로 완성되는 한 끼국 하나로 배를 채우는 식사가 아니라,한 끼의 리듬을 만드는 방식에 대한 기록이다. 왜 이번엔 추어탕인가처음에는 돼지고기 뒷다리살로 무국을 끓이려고 했다.밋밋하다. 그런데 밋밋한 음식은 오히려 획기적이다.불필요한 것을 걷어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막상 냄비 앞에 서니 생각이 바뀌었다.지금 내가 원하는 건 “충분히 먹는 국”이 아니라,지속 가능한 한 끼였다. 〈Eat to Stay Alive〉에서 말하는 ‘버틸 수 있는 식사’는항상 새롭거나 대단한 요리가 아니다.그래서 방향을 틀었다. 추어탕이었다.1인분을 5인분으로 바꾸는 사고전통 방식으로 죽염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