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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푸드 에세이

Eat to Stay Alive | 실천편 9 — 2Kg 12,900원 닭다리살로 닭갈비와 닭꼬치를 만들다

2kg 12,900원 냉동 닭다리살로 만든 닭갈비와 대파 닭꼬치, 집에서 기름을 최소화해 조리한 건강한 한 끼 식탁
2kg 12,900원 냉동 닭다리살로 만든 닭갈비와 대파 닭꼬치 집밥 식탁


살기 위해 먹는다

2kg 12,900원 냉동 닭다리살
닭갈비와 닭꼬치로 식탁을 설계하다

 

 

하루 종일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대단한 요리를 할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배는 고프고
몸은 피곤하다.

 

그래도 한 가지는 생각한다.

 

이왕 먹는 밥이라면
몸을 망치지 않는 밥을 먹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지갑도 너무 가볍게 만들지 않는 밥이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가끔
마트 냉동 코너를 오래 바라본다.


며칠 전
마트 냉동 코너에서
2kg 12,900원짜리 닭다리살을 봤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다.

 

싸지만 너무 양이 많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숫자가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며칠 뒤 다시 그 앞을 지났다.

 

이번에는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

 

가격표를 찍었다.
박스도 찍었다.
원산지도 찍었다.

 

망설임 대신
기록을 남겼다.


집에 돌아와
사진을 열어 놓고 생각했다.

 

이걸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저 싸다고
덥석 집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그래서 인공지능과 상의도 해 보았다.

 

가능한 요리,
조리 방법,
그리고 실패할 가능성까지.

 

결국 세 번째 방문에서
나는 봉지를 하나 들고 나왔다.


집에 와서 봉지를 내려놓았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괜한 실험이 되는 건 아닐까.

 

또 쓸데없는 돈을 쓴 건 아닐까.

 

그때
아내 생각이 났다.

 

아내도 하루 종일 일한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체력이 먼저 바닥나는 쪽은 늘 아내다.

 

같이 늙어갈 사람이라면
적어도 밥 한 끼 정도는
내가 책임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이건 소비가 아니라 설계다.


닭다리살을 반으로 나눴다.

 

1kg은 닭갈비,
1kg은 닭꼬치.

 

같은 재료지만
식탁에서는 다른 음식이 되도록.

 

팬을 충분히 달궜다.

 

기름은 거의 두르지 않았다.

 

닭다리살을 올리자
처음에는 수분이 올라왔다.

 

나는 불을 조금 더 올렸다.

 

지글거리는 소리가
기름이 아니라
열의 소리로 바뀔 때까지.


한쪽 팬에서는
닭갈비가 만들어졌다.

 

고추장과 마늘이 들어가고
양배추가 천천히 숨을 죽였다.

 

대파는 마지막에 넣었다.

 

기름을 늘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다른 쪽에서는
닭꼬치를 만들었다.

 

닭다리살과 대파를
번갈아 꼬치에 끼웠다.

 

프라이팬에 종이호일을 깔고
중약불에서 천천히 익혔다.

 

고기가 70퍼센트 정도 익었을 때
간장 양념을 살짝 발랐다.

 

그리고 오븐으로 옮겼다.

 

팬 기능은 끄고
열만 남겨 조금 더 익혔다.

 

프라이팬에서 끝까지 익히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굳이
기름을 더 쓰고 싶지 않았다.


같은 닭다리살인데

 

식탁 위에서는
전혀 다른 음식이 되었다.

 

닭갈비와
닭꼬치.


나는 계산기를 두드려 보았다.

 

외식 한 번 값보다 적은 비용.

단백질은 충분했고
염도는 내가 조절했고
기름은 과하지 않았다.

 

이 닭다리살은
무염지 제품이었다.

 

가공된 간이 아니라
내가 정한 간이었다.

 

절약은 있었지만
타협은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피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 하루를 버티는 데 필요한
연료는 제대로 채운 느낌이었다.


우리는 모두
항존성을 원한다.

 

나는 작가로서
오래 글을 쓰고 싶다.

 

우리 가족의 삶도
쉽게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자신의 삶이 내일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식탁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건강을 잃지 않으면서
경제적 부담을 낮추는 선택은

 

결국
미래의 선택권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닭갈비는 생각보다 가벼웠고
닭꼬치도
괜히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2kg이라는 숫자는
냉동실에 들어가고 나니
그저 하나의 재료가 되었다.

 

나는 거창한 깨달음을 얻은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 더 안심했다.

 

식비는 낮아졌고
건강에 대한 불안은 커지지 않았다.


같이 오래 버티려면
이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팬을 달군다.


살기 위해 먹는다 시리즈

비싼 음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식탁을 고민합니다.

 

건강을 잃지 않으면서
식비를 낮추고
남은 여유는
미래를 위해 남겨 두는 식사.

 

오늘도 그렇게
한 끼를 설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