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원의 토마토, 그리고 결정권
마트 진열대 아래칸에
사람들이 잘 집어가지 않는 토마토가 있다.
면 사진도 없고,
“파스타 소스”라는 말도 없다.
Valfrutta al Vapore – Polpa Gran Cubetti 400g
그냥 토마토다.
소스가 아니라,
소스가 되기 전의 상태.
Polpa는 과육.
Gran Cubetti는 큼직하게 썬 조각.
증기로 부드럽게 처리한
토마토 원물 가공품이다.
설탕도,
기름도,
마늘도 없다.
완성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좋다.

완성 소스 7,480원 / Polpa 1,980원 — 구조를 사는가, 설계하는가.
왜 굳이 이걸 집었는가
파스타는 보통
완성 소스를 떠올리게 만든다.
안전한 맛.
평균적인 맛.
가격에 맞춰 설계된 맛.
하지만 그 평균은
내 하루의 강도와는 관계가 없다.
오늘은
구조를 사지 않기로 했다.
재료를 사기로 했다.
프로파일러의 좌표
AI Entity Profiler (AEP)의 관점에서 보면
완성 소스는
가격에 맞춰 평균화된 맛의 알고리즘이다.
마늘의 양,
기름의 질,
고기의 비율.
이미 계산되어 있다.
반면 Polpa는
입력값이 비어 있다.
누가 마늘을 얼마나 넣을지,
누가 고기를 얼마나 굽을지,
누가 기름을 아끼지 않을지.
그 변수는
조리자에게 남아 있다.
프로파일러의 좌표에서 보면
이건 단순한 식재료 선택이 아니다.
결정권의 회수다.
완성 구조를 구매하는가,
구조를 설계하는가.
조리는 단순하다 — 그러나 성실해야 한다
레시피는 외울 필요 없다.
흐름만 이해하면 된다.
준비
냉동해 두었던 돼지 뒷다리를 꺼낸다.
양파 한 개를 다 썬다.
마늘도 아끼지 않는다.
면 삶을 물도 미리 올려 둔다.
전처리
팬을 충분히 달군다.
고기를 먼저 올린다.
뒤집고 싶은 마음을 참고
갈색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린다.
이게 깊이다.
프로파일러의 기록에서 보면
이 순간은 ‘풍미 형성 구간’이다.
시간을 줄이면
결과가 줄어든다.
핵심
양파를 넣고
투명해지는 단계를 넘겨
단맛이 올라올 때까지 볶는다.
그리고 폴파 400g을 전부 붓는다.
소금 약간.
중불에서 15분.
기름이 위로 살짝 분리되면
토마토 수분이 정리되었다는 신호다.
감이 아니라
반응의 결과다.
마무리
면을 넣고
면수 조금 더해
1~2분 더 섞는다.
이게 전부다.
외우지 말고 이해하라.
먹고 나서 알게 된 것
400g은 2인 식사로 모자라지 않았다.
양파의 수분과
고기 육즙이 더해지면서
소스는 오히려 넉넉해졌다.
완성 소스보다
고기 함량은 많았고
단맛은 자연스러웠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묵직하게 남는다.
한 접시를 다 비우고 나면
배는 조용히 차 있고
속은 가볍다.
프로파일러의 관점에서 보면
이건 ‘밀도’의 차이다.
같은 파스타라도
입력값이 다르면
출력은 달라진다.
추가 기록 — 맛에 대한 솔직한 메모
직접 만들어 먹어보니
완성 소스와는 다른 결이었다.
뷔페의 김치찌개와
집에서 끓인 김치국의 차이에 가까웠다.
자극은 낮았고,
구조는 단순했다.
시판 소스에는
토마토 페이스트, 버터, 허브,
때로는 감칠맛 보강 요소가 더해진다.
그건 설계된 맛이다.
이번 버전은
그 구조를 비워 둔 상태였다.
깊이를 더하고 싶다면
토마토 페이스트 1큰술,
마무리 버터 5~10g,
파마산 치즈를 더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그 선택 역시
조리자의 결정권 안에 있다.
우리 집의 파스타 맛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몇 번 더 반복하면
조금씩 방향이 잡힐 것이다.
완성된 맛을 사는 것이 아니라,
반복 속에서
우리 집의 균형을 찾아가는 일.
아마 그 과정이
가정식이라는 이름에 더 가깝다.
몸에 주는 것
건면 100g,(1인기준)
돼지 뒷다리 150g 기준.
단백질 30g 이상.
열량 약 800~900kcal.
하루 노동을 밀어낼 수 있는 수치다.
설탕을 통제했고,
기름을 통제했고,
양을 통제했다.
프로파일러의 기록 기준으로 보면
이 식사는 가공도와 당 의존도가 낮다.
📌 이 음식은 몸을 소모하지 않는다.
완성 소스를 사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의 여유도 남는다.
그 차이는 크지 않지만
반복되면 방향이 된다.
건강을 유지하면서
다음 선택을 준비할 여력을 남기는 방식.
한 줄 결론
파스타는 사치가 아니다.
완성 구조를 사지 않으면
관리할 수 있다.
그리고 프로파일러의 좌표에서 보면
이건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저녁 한 끼에서 선택권을 되찾는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