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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삶/감성 푸드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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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t to Stay Alive | 실천편 9 — 2Kg 12,900원 닭다리살로 닭갈비와 닭꼬치를 만들다 살기 위해 먹는다 2kg 12,900원 냉동 닭다리살 닭갈비와 닭꼬치로 식탁을 설계하다 하루 종일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대단한 요리를 할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배는 고프고몸은 피곤하다. 그래도 한 가지는 생각한다. 이왕 먹는 밥이라면몸을 망치지 않는 밥을 먹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다면지갑도 너무 가볍게 만들지 않는 밥이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가끔마트 냉동 코너를 오래 바라본다.며칠 전마트 냉동 코너에서2kg 12,900원짜리 닭다리살을 봤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다. 싸지만 너무 양이 많다는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그 숫자가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며칠 뒤 다시 그 앞을 지났다. 이번에는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 가격표를 찍었다.박스도 찍었다.원산지도 찍었다. 망설임 대신기록을 남..
Eat to Stay Alive | 실천편 8 — 과일은 왜 중심이 될 수 없는가 이 글은 ‘좋은 음식’이 아니라‘음식의 비율’을 묻는다. — 비율을 잃은 건강 과일만 먹으면 건강할까? 우리는 종종 그렇게 생각한다.과일은 깨끗해 보이고, 가볍고, 달고, 상큼하다.어떤 사람은 밥을 먹지 않고 과일만으로 식사를 대신한다.월급의 상당 부분을 과일에 쓴다고 말하기도 한다. 겉으로 보면 매우 건강해 보인다. 하지만 건강은“좋은 음식 하나”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건강은 비율의 문제다.1. 과일은 좋은가? 그렇다.하지만 중심이 될 수 있는가? 그것은 다르다. 과일은 분명 훌륭한 식품이다.비타민과 항산화 물질수분빠른 에너지 공급그러나 과일은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단백질이 거의 없다지방이 거의 없다혈당을 오래 안정시키는 구조가 약하다과일은 보강 요소다.기초 구조는 아니다. 가벼움은 안정성을 의미하지 ..
Eat to Stay Alive | 실천편 7 — 완성 구조를 사지 않는 법 1,980원의 토마토, 그리고 결정권 마트 진열대 아래칸에사람들이 잘 집어가지 않는 토마토가 있다. 면 사진도 없고,“파스타 소스”라는 말도 없다. Valfrutta al Vapore – Polpa Gran Cubetti 400g 그냥 토마토다. 소스가 아니라,소스가 되기 전의 상태. Polpa는 과육.Gran Cubetti는 큼직하게 썬 조각. 증기로 부드럽게 처리한토마토 원물 가공품이다. 설탕도,기름도,마늘도 없다. 완성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좋다. 완성 소스 7,480원 / Polpa 1,980원 — 구조를 사는가, 설계하는가. 왜 굳이 이걸 집었는가 파스타는 보통완성 소스를 떠올리게 만든다. 안전한 맛.평균적인 맛.가격에 맞춰 설계된 맛. 하지만 그 평균은내 하루의 강도와는 관계가 없다. 오..
Eat to Stay Alive | 실천편 6 — 양파와 마늘, 된장을 한 번 더 쓰는 법 먹는 문제를 넘어서, 이제는 남는 문제를 다룬다. 양파와 마늘, 된장을 한 번 더 쓰는 법(저장과 회수의 기술)1. 먹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다실천편 4까지 오면서나는 더 이상“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하지 않게 됐다. 뒷다리살로 단백질을 채우고,밑반찬으로 식사의 밀도를 올리고,국물 떡볶이조차 한 끼의 구조 안으로 끌어왔다. 이제는 버틸 수 있다.자주 먹어도 무너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긴다. 배는 괜찮은데,냉장고가 복잡해진다. 그리고 이 복잡함은‘먹고 남아서’가 아니라‘먹느라 남기지 못해서’ 생긴다.2. 문제는 음식이 아니라, 남는 것들이다먹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는데그 다음이 정리되지 않는다. 조금 남은 된장,애매하게 남은 양파,쓰다 남긴 마늘,한 번 쓰고 끝난 고기. 하나하나는 사소하..
Eat to Stay Alive | 실천편 5 — 자주 먹는 식사가 남기는 것들 (의도적인 전환의 기록)------------------------------------- 실천편 4까지 오면서나는 더 이상 “오늘 뭘 먹지?”라는 질문을자주 하지 않게 됐다. 먹을 수 있는 방식은 정리됐고,자주 먹는 음식도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버틸 수 있다.그런데 그 다음부터조금 다른 감각이 생긴다. 배는 괜찮은데,냉장고가 점점 복잡해진다. 조금 남은 재료들,한 번 쓰고 애매하게 남은 양념들,다음에 쓰자며 밀려난 것들. 하나하나는 문제가 아닌데이게 쌓이면식사가 다시 흐트러진다.이 감각은특별한 실패에서 오지 않는다.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하던평범한 일상에서조용히 생긴다.이때 깨닫는다. 문제는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먹고 난 뒤에 무엇이 남느냐라는 걸.자주 먹는 식사는항상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
Eat to Stay Alive | 실천편 4 — 국물 떡볶기 실천편 1이 식사의 기본 구조를 다뤘다면,실천편 2는 그 구조가 현실의 식탁에서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기록했다.실천편 3이 외식과 남김 앞에서 그 구조가 어떻게 시험받는지를 다뤘다면,이번 글은 그 구조가 가장 무심하게 흔들리는 순간을 다룬다.간식처럼 먹었다고 생각했지만,사실은 한 끼를 대신하고 있었던 음식.국물 떡볶기다.자주 먹어도 무너지지 않는 한 끼의 구조떡볶이는 늘 애매한 음식이다.간식 같기도 하고, 식사 같기도 하다.하지만 내가 여기서 말하는 국물 떡볶기는그 질문 자체가 필요 없는 음식이다.탄수화물·단백질·국물·온기·리듬이 동시에 작동하는,의외로 드문 완성형 한 끼다.1. 왜 ‘국물’이어야 했는가이 시리즈에서 계속 말해온 기준은 단순하다.싸게 먹는 게 아니라흔들리지 않게 먹는 것 국물형 떡볶기는떡이..
Eat to Stay Alive | 실천편 3 — 탕수육을 버리지 않는 법 실천편 1이식사의 기본 구조를 다뤘다면,실천편 2는그 구조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기록했다. 싸게 먹는 기술이 아니라,밑반찬으로 완성되는 한 끼. 국 하나로 배를 채우는 식사가 아니라,한 끼의 리듬을 만드는 방식에 대한 기록이었다. 그리고 이번 글은그 구조가가장 먼저 무너지는 지점을 다룬다.탕수육이다.탕수육은사람들이 가장 먼저 포기하는 음식 중 하나다. 기름이 많을 것 같고,집에서 만들기 번거롭고,한 번 실패하면다시는 안 하게 될 것 같다는 이유로대부분은“밖에서 사 먹는 음식”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기준으로 보면탕수육은배제할 음식이 아니다. 다뤄야 할 음식이다.왜 지금, 이 음식을 이야기하는가우리는 지금음식이 가장 화려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몸을 가장 쉽게 소모하는 시대이..
Eat to Stay Alive | 실천편 2 — 추어탕을 늘려 먹는 법 실천 1편이 식사의 기본 구조를 다뤘다면,이번 글은 그 구조가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기록한다. 싸게 먹는 기술이 아니라, 밑반찬으로 완성되는 한 끼국 하나로 배를 채우는 식사가 아니라,한 끼의 리듬을 만드는 방식에 대한 기록이다. 왜 이번엔 추어탕인가처음에는 돼지고기 뒷다리살로 무국을 끓이려고 했다.밋밋하다. 그런데 밋밋한 음식은 오히려 획기적이다.불필요한 것을 걷어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막상 냄비 앞에 서니 생각이 바뀌었다.지금 내가 원하는 건 “충분히 먹는 국”이 아니라,지속 가능한 한 끼였다. 〈Eat to Stay Alive〉에서 말하는 ‘버틸 수 있는 식사’는항상 새롭거나 대단한 요리가 아니다.그래서 방향을 틀었다. 추어탕이었다.1인분을 5인분으로 바꾸는 사고전통 방식으로 죽염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