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천 1편이 식사의 기본 구조를 다뤘다면,
이번 글은 그 구조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기록한다.
싸게 먹는 기술이 아니라, 밑반찬으로 완성되는 한 끼
국 하나로 배를 채우는 식사가 아니라,
한 끼의 리듬을 만드는 방식에 대한 기록이다.
왜 이번엔 추어탕인가
처음에는 돼지고기 뒷다리살로 무국을 끓이려고 했다.
밋밋하다.
그런데 밋밋한 음식은 오히려 획기적이다.
불필요한 것을 걷어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막상 냄비 앞에 서니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내가 원하는 건 “충분히 먹는 국”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한 끼였다.
〈Eat to Stay Alive〉에서 말하는 ‘버틸 수 있는 식사’는
항상 새롭거나 대단한 요리가 아니다.
그래서 방향을 틀었다.
추어탕이었다.
1인분을 5인분으로 바꾸는 사고
전통 방식으로 죽염을 만드는 곳에서 추어탕을 샀다.
한 봉지.
가격은 괜찮았는데, 막상 열어보니
혼자 먹기엔 넉넉하고 둘이 나누기엔 애매한 용량이었다.
이 애매함은 가공식품의 공통된 구조다.
그래서 방법은 단순했다.
한 봉지를 붓고, 물은 5인분 용량으로 채웠다.
그리고 성분표를 읽었다.
마늘, 시래기, 된장.
이미 골격은 있었다.
나는 새로 만들지 않고, 확장하기로 했다.
- 마늘 밥숟갈 하나
- 같은 집에서 산 죽염 반 숟갈
- 집에 있던 동결건조 시래기국 한 봉
이 시래기국은 원래 혼자 먹는 국이지만,
된장과 시래기, 기본 간이 모두 들어 있다.
추어탕의 빈자리를 메우기에 충분했다.
추어탕의 현실을 알고 나면
알려진 추어탕 집들 중에는
미꾸라지와 함께 참치를 넣어 조리하는 경우도 있다.
감칠맛과 단백질 밀도를 보완하기 위한 선택이다.
나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작은 참치캔 하나를,
기름을 제거한 채로 그대로 넣었다.
느끼함이 올라와
후추를 더 넣고, 마늘을 한 숟갈 더 넣었다.
여기서 끝이다.
맛을 봤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충분했다.
국만으로는 부족하다
추어탕을 먹다 보면 느끼는 게 있다.
아무리 잘 끓여도,
국만 계속 먹으면 약하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밑반찬이 중요하다.
1월 재래시장에 나가보면
브로콜리 큰 것 두 개를 3,0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
겁도 없이 일단 집어 들고
‘조리 방법은 검색하면 나오겠지’ 했다.
과정은 생각보다 수고스러웠지만,
결과는 대만족이다.
큰 줄기는 따로 빼
다음 끼니 카레 재료로 남겨두고,
작은 송이만 사각통 하나에 가득 담아 두었다.
손질해 두고 나니
2인이 3~4일은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 되었다.
추어탕에 밥을 말고,
브로콜리를 초고추장에 찍어 한 입 먹으면
국의 무거움이 확 내려간다.
여기에
잔멸치볶음, 김치.
이때 비로소 한 끼가 완성된다.
밑반찬은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리듬을 만든다
밑반찬은 양을 늘리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 씹는 시간을 늘리고
- 국의 속도를 늦추고
- 밥을 자연스럽게 나눠 먹게 만든다
멸치볶음 한 젓가락이
추어탕 한 숟갈의 무게를 덜어준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혹시 이 한 끼가 부족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가끔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이렇게 먹어도 영양이 부족하지 않나요?”
그래서 잠깐만, 영양 이야기를 해보자.
이 한 끼에는
미꾸라지 추어탕 원물, 참치, 시래기, 된장, 잔멸치, 브로콜리가 들어 있다.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 단백질
미꾸라지 + 참치 + 잔멸치
→ 동물성 단백질이 겹치지 않고 분산돼 있다 - 미네랄과 칼슘
잔멸치, 시래기, 된장
→ 뼈·근육·신경의 기본 축 - 식이섬유와 미량영양소
시래기, 브로콜리
→ 장과 혈당을 동시에 고려한 구성 - 지방
참치에서 소량, 과하지 않다
→ 후추·마늘로 느끼함을 조절 - 발효 요소
된장, 김치
→ 소화와 흡수를 보조한다
이건 완벽한 영양식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험난한 시대를 살아가기에 부족한 한 끼는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과하게 더하지 않았기 때문에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쪽에 가깝다.¹²
살기 위해서 먹는다는 것
이 추어탕은
정통도 아니고,
완벽하지도 않다.
하지만
- 1인분을 5인분으로 바꿀 수 있었고
- 국 하나로 끝내지 않았으며
- 밑반찬으로 리듬을 만들었다
이 정도면
살기에는 충분하다.
다음 편은 탕수육이다.
조금 더 힘을 줄 생각이다.
살기 위해 먹는다는 건,
항상 고급일 필요는 없지만
가끔은 고급이어도 된다.
참고문헌 / 각주
-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Protein and Amino Acid Requirements in Human Nutrition.
WHO Technical Report Series 935, 2007. - Slavin, J.
Dietary fiber and body weight.
Nutrition, 2005.
시리즈 안내
- 실천편 1 — 돼지 뒷다리살 대패 데리야끼 볶음
- 실천편 2 — 추어탕을 늘려 먹는 법
- 실천편 3 — 탕수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