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콘텐츠가 된 시대, 진심은 ROI를 따져야 할까?
📘 시리즈 안내
《She Left, and I Stayed》는 ‘머무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랑, 선택, 머뭇거림…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 사이의 조용한 균열을 그립니다.
🎧 《그들은 우리를 보며 웃었다》
– She Left, and I Stayed – Chapter 3 –
이별을 웃는 사람은,
어쩌면 가장 오래 울고 있었던 사람일지도 모른다.

☕ 웃음 속의 전략, 사랑은 상품이었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거야?"
도현이 웃으며 물었다.
그 웃음엔 ‘그럴 리 없잖아’가 숨어 있었다.
서현은 커피잔을 손끝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요즘엔 그렇게 순진하게 사랑하면…
오히려 손해야.”
두 사람은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다음 주에 올릴 영상 기획을 짜고 있었다.
사랑 콘텐츠, 요즘 가장 ‘잘 팔리는’ 주제다.
“그 남자는 붙잡지도 않았대.
여자는 무지개를 찾아 떠났고.”
도현이 킥킥 웃으며 말했다.
“와… 뭔 드라마야.
그게 진짜였을까?”
서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진심은 진심이었겠지.
근데 진심으로만 살 수는 없잖아.
세상은 너무 빠르고,
현실은 너무 무거워.”
도현이 말을 덧붙였다.
“사랑도…
결국 ROI(투자 대비 효율) 봐야 되는 거야.”
그 말에 서현이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너답다.”
🍲 진심을 소비하는 시대
그들은 그렇게,
누군가의 오래된 감정을
조용히, 빠르게 소비했다.
마치
따뜻한 국밥을 식은 채로 먹듯이.
내용만 삼키고, 의미는 남기지 않은 채.
🌞 밖은 쨍쨍한 봄 햇살이었지만,
그들의 대화엔
형광등 같은 조명만이 깔려 있었다.
“우리가 그 둘처럼 사랑했다면 어땠을까?”
도현이 무심히 물었다.
서현은 웃지 않았다.
“아마… 더 빨리 헤어졌을걸.
그런 사랑은,
카메라가 없을 땐 지루하잖아.”

🚶♂️ 지나가던 진오, 멀어지다
진오는 그날,
카페 앞을 스쳐 지나가다가
그들의 대화를 일부 들었다.
모든 문장이 들린 건 아니었지만—
그 웃음의 온도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 웃음은 그를 분노하게 하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멀어지게 했다.
그는 발걸음을 돌리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래,
우리는 웃긴 얘기였지.”
📍 다음 화 예고 – Chapter 4
《입은 크고, 손은 작다》
📢 민승재는 군중 앞에서 세상을 바꾸자고 외친다.
하지만 정작 그는
아무것도 짊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