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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소설

소녀는 떠났고, 나는 남았다 1화 / 노을진 창가, 소녀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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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사람을 기다리는 자는, 기억이 아닌 사랑 속에 머문다. 〈소녀〉를 들으며, 멈춰선 남자의 이야기.”


📘 《소녀는 떠났고, 나는 남았다》

시리즈 1화 / 노을진 창가, 소녀를 들으며
— 머무는 사랑의 철학

“떠난 사람을 기다리는 자는,
기억이 아닌 사랑 속에 머문다.”

📎 시리즈 소개

《소녀는 떠났고, 나는 남았다》
떠나는 이와 머무는 이.
사랑은 정말, 함께 있을 때만 완성되는 걸까?

회차감정중심 장면 / 매주 목요일 발행

 

1화 여운과 회고 라디오와 노을, 고요한 첫 장면
2화 이별의 시작 국밥집, 말없는 마지막 식사
3화 냉소와 대립 현실적 커플의 비웃음
4화 분노와 공허 말만 큰 선동가의 얼굴
5화 후회와 눈물 그녀의 도시, 그리움
6화 침묵과 다짐 진오의 말없는 철학
7화 귀결과 머무름 돌아온 엽서, 닿지 않는 걸음

노을진 창가 앞에 앉아 있는 소년의 뒷모습.
노을을 바라보는 소년의 뒷모습. 《소녀는 떠났고, 나는 남았다》 1화의 감정을 시각화한 장면으로, 머물러 있는 사람의 고요한 충성을 담고 있다.

 

🌅 1화 / 노을진 창가, 소녀를 들으며

— She Left, and I Stayed —

 

라디오는 오래된 소리로 노래를 틀어주었다.
마치 먼 데서 바람이 밀려오는 것처럼,
익숙한 멜로디가 창문 너머 저녁 햇살을 흔들었다.

 

박진오는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찻잔 아래 나무 테이블에는 오래된 물자국이 하나 있었다.
아무도 그 자리를 닦지 않았고,
그도 굳이 닦지 않았다.
그 자리에 놓인 시간들이 너무 조용해서.

“내 곁에만 머물러요…”

 

노래가 시작되자, 진오는 눈을 감았다.
그 목소리는 누군가를 붙잡으려는 말이 아니었다.
이미 멀어지는 사람을 바라보며 혼자 중얼대는…
그런 속삭임이었다.

그날도 노을이 이렇게 들었었다.
그녀가 떠난 날.

 

그녀는 말했다.
“나는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어딘가 가야 할 것 같아.”
“지금이 아니면, 영영 못 갈 것 같아.”

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순간에 무엇을 말해도,
결국 그녀는 떠날 것이었고
그는 남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움 두고 머나먼 길…”

 

진오는 커튼을 걷지 않았다.
그늘 아래로 저녁 구름이 흐르고 있었다.
창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마음 한편,
여전히 그녀의 뒷모습이 서 있었다.


“그대 외로워 울지만,
나 항상 그대 곁에 머물겠어요.
떠나지 않아요…”

 

그는 이 노래가,
그녀가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보다
훨씬 더 진심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그날 이후로,
그 자리를 떠난 적이 없었다.


📍 다음 화 예고

《떠난다는 건, 이유가 있는 거야》
그녀가 떠나기 전날 밤,
두 사람은 말없이 같은 국밥을 먹었다.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아주 천천히.

 


🧠 오늘의 한 문장 질문

나는 그 사람을 사랑했던 걸까,
그 시간을 사랑했던 걸까?


✒️ by Yohan Choi | 길거리 작가  
무대가 없어, 거리에서 시작된 소설.  
📘 《소녀는 떠났고, 나는 남았다》는  
무대 없이 시작된 충성을 노래하는 연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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