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울리지만, 마음을 안지 못한다. 진짜 슬픔은 손에 있다.
📘 시리즈 안내
《She Left, and I Stayed》는 ‘머무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랑, 선택, 머뭇거림…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 사이의
조용한 균열과, 말 없는 충돌을 그립니다.
4화는 그들 사이에 있었던 ‘말’의 무게와
말이 전하지 못한 진심에 대해 말합니다.
🎙️ 《입은 크고, 손은 작다》
– She Left, and I Stayed – Chapter 4 –
말이 크다고, 마음까지 큰 건 아니었다.
누군가의 분노는 빌려 쓸 수 있지만,
누군가의 슬픔은 손으로 안아야 한다.
🌆 광장의 연설자, 그리고 그의 침묵
📣 민승재는 군중을 사랑했다.
아니, 군중 앞에 선 자신을.
광장.
조명.
마이크.
“우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체제, 이 거짓말을 깨야 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눈물을 훔치는 사람.
주먹을 쥔 청년.
영상을 찍는 여학생.
민승재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말은
진실이 아니라 감정을 흔드는 기술이라는 것을.
“당신이 불행한 건 당신 탓이 아닙니다!
이 구조, 이 권력, 이 거짓 때문입니다!”
그는
말했고,
또 말했고,
또다시 말했지만…
정작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 선동은 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 며칠 후,
진오는 시청 앞 작은 시위 현장에서
우연히 민승재를 보게 된다.
그는 선글라스를 쓰고,
사람들 뒤에 서서
고개로 지시만 하고 있었다.
피켓에는 “진실을 말하라”,
현수막에는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
하지만 진오는 그 순간,
그 현장에서 가장 큰 침묵을
바로 민승재에게서 느꼈다.
🍲 국밥집의 진실, 슬픔을 안을 수 있는가
🌃 그날 밤,
진오는 국밥집에서 하용석의 말을 들었다.
“목소리는 크더라.”
“근데… 손에 든 건 없더라고.”
진오는 국물 한 숟갈을 조용히 떠먹으며 생각했다.
민승재는
누군가의 분노 위에 서서
말이라는 무기를 휘둘렀지만,
누구의 슬픔도
자신의 손으로 안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 진오의 침묵과 직면
그는 밤늦게 다시 창가에 앉았다.
그날 시위에서 스쳐 지나간 얼굴들을 떠올렸다.
그중엔 아란처럼 떠나간 얼굴도 있었고,
도현처럼 웃는 얼굴도 있었고,
자신처럼 말없이 멈춘 얼굴도 있었다.
하지만 단 하나,
민승재 같은 얼굴은 없었다.
왜냐면
그는 항상
군중 뒤에만 있었으니까.

📍 다음 화 예고 – Chapter 5
《그대 외로워 울지만》
💔 아란의 이야기.
도시로 떠났지만,
그곳에서도 무지개는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