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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소설

소녀는 떠났고, 나는 남았다 2화 / 떠난다는 건, 이유가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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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말로 완성되지 않았다. 그저, 따뜻한 국밥 한 그릇 위에서 식어갔다.

 

📘 시리즈 안내  
《She Left, and I Stayed》는 ‘머무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랑, 선택, 머뭇거림…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 사이의 조용한 균열을 그립니다.

🌈 《떠난다는 건, 이유가 있는 거야》

– She Left, and I Stayed – Chapter 2 –

📍 떠나는 사람은 이유를 묻지 않는다.
묻는 사람은 남고 싶은 사람이다.

 


📝 본문

"조용한 국밥집에서 마주 앉은 남녀와 김이 피어나는 국"
김이 오르는 뚝배기 + 오래된 라디오 + 낮은 조명

 

그녀가 떠나기 전날,
진오는 국밥집에서 그녀를 만났다.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게는 오래된 라디오에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하용석 사장은 국을 푸는 손을 조용히 움직였다.
고깃국이 김을 뿜으며 뚝배기 안에서 들썩였다.

 

아란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진오는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다.

 

“내일… 떠나.”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말은 마치 이미 정해져 있던 날처럼,
당연하고 담담하게 들렸다.

 

“잡으면, 안 갈 거야?”

"젓가락을 내려놓는 남자의 손, 조용한 선택의 순간"
마주 앉아 침묵하는 두 사람의 손, 젓가락 내려놓는 장면

진오는 그 말을 들으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건 질문이 아니라,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묻는 말 같았다.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네가 좋은 거야.
그래서… 가야겠어.”

 

그녀는 젓가락을 들고
김이 피어나는 국을 바라보다가
다시 말했다.

 

“여기, 따뜻해서 좋아.
그런데, 따뜻한 곳에 오래 있으면…
자꾸 나 자신이 녹아버리는 기분이야.”

"김이 사라진 뚝배기,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여성"
김이 사라진 빈 그릇, 그녀가 일어나는 뒷모습

 

그녀의 말은
뜨거운 뚝배기 속 고기처럼,
속이 익어가는 말들이었다.

 

“세상이 그런 거니까,
안 가면 안 될 것 같아.
가지 않으면,
나는… 나를 미워하게 될 것 같아.”

 

진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알고 있었다.
떠나는 사람은 누구의 말에도
이미 마음을 접지 않는다.
그녀가 묻는 것은 ‘남고 싶은가’가 아니라
‘떠나게 해줄 수 있느냐’였다.

 

그녀는 밥을 다 먹고,
김이 가신 그릇을 밀어놓으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나, 무지개를 찾고 싶어.”

"회색빛 하늘 너머 희미한 무지개, 떠나는 사람의 마음"
도시의 흐릿한 하늘 + 작게 비치는 무지개 또는 창밖을 바라보는 진오

 

그 말은 어쩌면
어른이 되지 않겠다는 말 같기도 했다.
혹은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의
말처럼도 들렸다.

 

진오는 말하지 않았다.
말을 하면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그저,
국물 한 숟가락을 조용히 떠올렸다.

 

그녀는 그렇게,
다음 날 떠났다.


📍 예고편 – Chapter 3

《그들은 우리를 보며 웃었다》
– 그들의 사랑은 효율적이고, 전략적이다.
진오와 아란의 이야기를 “바보 같다”며 웃는 그들.
그러나 그들의 웃음은,
지나간 감정을 두려워하는 사람의 비웃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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