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을 들고 걷는 여대생… 결국 택배기사는 치즈의 유혹에 굴복했다

점심시간, 불닭볶음면을 들고 걷는 여대생의 라이브 먹방?...
결국 택배기사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치즈의 유혹은 진짜였다.

📘 이 글은 《고독한 미식가, 택배를 들다》 시리즈 2화입니다.
배달과 배고픔 사이, 일상의 맛과 이야기를 따라 걷는 감성 연재입니다.

🚚 라면을 들고 걷는 사람을 본 적 있는가

대전에 있는 M대학교.
한시쯤, 점심시간의 끝자락.
나는 학교 안의 2차선 왕복 도로에서 택배를 배송 중이었다.

그때, 눈을 사로잡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후드티를 입은 여대생이
무언가를 먹으며 우아하게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빠르게 걷는 것도, 허겁지겁 먹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천천히, 그대로 한 편의 CF였다.

"불닭볶음면을 들고 천천히 횡단보도를 걷는 후드티 여대생"
(우아함 + 이질감 + CF 같은 분위기 ) — 횡단보도를 천천히 걸으며 치즈 불닭볶음면을 먹는 후드티 여대생

나는 그 컵에 담긴 것을 바라보았다.

“저거… 불닭볶음면인가?”

딱히 빨간색이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모양새와 느낌은 불닭볶음면에 가까웠다.

그 장면 하나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불닭볶음면이 저렇게 맛있나…?”
“게다가, 남학생도 아니고… 여대생이, 그것도 길을 걸어가며 먹는다?”

이건 뭔가 특별한 경험인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무언가를 결심하게 된다.

🏢 질문을 던지다, 웃음이 돌아오다

배송을 마치고 다시 돌아오는 길.
엘리베이터 앞에 아까 그 여대생이 여전히 라면을 먹고 있었다.

그 옆에는 또 다른 여학생, 친구로 보이는 인물.
둘 다 후드티를 입고, 무언가를 나누며 웃고 있었다.

나는 고민했다.

“이 나이에 저런 질문을 해도 되나…?”
“택배기사가 길에서 라면 먹는 걸 물어보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지만 결국 궁금함이 이겼다.

“저기… 죄송한데요, 드시는 거 혹시 불닭볶음면 맞으세요?”

여대생이 순간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 안엔 당황도, 친근함도 있었다.

“네! 맞아요~”

“아니, 너무 맛있게 드시길래요.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횡단보도를 걸어가며 드시나 싶어서…”

그 여학생은 다시 웃었다.

“배가 너무 고파서요~ 하하하하”

"불닭볶음면이냐는 질문에 웃으며 대답하는 두 여대생"
(질문자-응답자 사이의 유쾌한 긴장과 웃음 ) — 엘리베이터 앞, 택배기사가 조심스레 말을 거는 장면

순간, 나는 패배를 인정했다.
저 웃음은 진심이었다.

🍜 결국 나도 먹게 되었다

그날, 점점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나는 결국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불닭볶음면 진열대 앞.
두 가지가 눈에 띄었다.

오리지널 불닭볶음면 (검붉은 뚜껑)
치즈 불닭볶음면 (노란색과 흰색의 뚜껑)

그 여학생이 들고 있던 건 분명 노란 바탕의 컵이었다.
아, 그럼 치즈 불닭볶음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것을 집었다.

물을 부었다.
5분이 지났다.
물을 버렸다.
양념을 비볐다.

그리고 한 젓가락.

"치즈불닭볶음면을 먹으며 배고픔과 세상을 함께 삼킨 택배기사"
(해소, 몰입, 감정의 작은 회복) — 편의점 앞에서 치즈불닭볶음면을 먹고 있는 택배기사

“음…”

맵다. 그런데…
기분 좋게 맵다.
그리고 맛있다.

만약 오리지널을 먹었더라면,
우유 없이는 힘들었을 것이다.

치즈 맛을 선택한 건
현명한 결정이었다.

🌭 후속판타지 – 1800원짜리, 대학생 만찬의 시뮬레이션

불닭볶음면만 먹어도 훌륭했다.

하지만 여기에 만약:

편의점 핫도그용 소시지 하나
작은 컵의 쿨피스 한 잔

이 조합이 더해진다면?
그건 거의 대학생급 만찬이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1800원짜리 불닭볶음면을 다 먹고
다시 길을 나섰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라면 중 하나가 이거라지.
어떤 얘기로는, 삼양라면 며느리가 개발했고,
그 며느리가 회사를 살렸다고도 하더군…”

나는 진심으로 생각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누군가의 한 입이 나를 움직였고,
나는 또 다른 한 입을 통해 세계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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