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이야기는
침묵 속에 있던 누군가가
익명이라는 방식으로 말을 걸기 시작한 순간에 대한 기록이다.
정의는 언제나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때로는,
침묵보다 먼저 도착한다.
🧭
익명은 침묵이 될 수도 있고,
정의의 방식이 될 수도 있다.
교무실.
오전 8시 12분.
“이거… 누가 보냈지?”
교감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수신함엔 익명의 메일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제목은 단순했다.
“이건 그냥 보고 넘기기에는 너무 크다.”
파일이 첨부되어 있었다.
.mp4
🎥 영상 내용
• 한 교사가 엘라이를 따로 불러 질문을 왜곡하는 장면
• 다른 학생들이 엘라이의 행동을 촬영한 후 단톡방에서 조롱하는 화면 캡처
• CCTV에서 한 선생님이 엘라이를 몰래 따라가는 장면
모든 화면은
엘라이를 향한 감시와 조작,
그리고 압박을 드러내고 있었다.
💡 문제는…
메일의 끝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 영상들은 내부 기록이었습니다.
나는 더는 이걸 보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발신자 없음.
아이디 없음.
서버 경로 없음.
단 한 가지,
메일의 ‘제작자 서명’처럼 남겨진 문구.
“Not all good things are silent.”
(모든 선한 것은 침묵하지 않는다.)
교사의 반응
“이걸… 처리해야 할까?”
“공론화하면 학교가 흔들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안 하면 엘라이는 무너질 겁니다.”
엘라이의 하루
엘라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또 하나의 점심시간을 맞는다.
친구는 없고,
식판은 식은 채 남는다.
그는 마일로의 자리 옆에서
종이쪼가리를 발견한다.
거기엔 낯익은 필체로 쓰여 있었다.
“누군가 보고 있어.
그리고 이제, 너 혼자 아냐.”
엘라이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햇빛이 교실 유리창 너머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안에서 그는 처음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익명의 얼굴들을 상상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엘라이가 더 이상
‘옳은지’를 묻지 않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지켜온 것이
왜 이토록 불편했는지를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