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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사람과 머무는 사람의 조용한 마지막 장면. 진오는 끝내 그 자리를 지킨다.
✨
봄이었다.
가벼운 바람이 마을을 훑고 지나갔다.
박진오는
여전히 그 집에 살고 있었고,
여전히 그 창가에 앉아 있었다.
달라진 건 없었다.
아니, 어쩌면 모든 게 변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는
그 모든 변화 속에서도
머물러 있었다.
그날,
문 앞에 작은 그림엽서가 도착했다.
사진 속엔
잿빛 도시 위로 희미한 무지개가 걸려 있었고,
그 아래,
흘러내린 펜글씨가 있었다.
“무지개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어.
하지만…
그걸 보려면
돌아봐야 했더라.”
이름도, 주소도 없는 엽서.
하지만 그는 알았다.
그녀였다.
그녀만이 쓸 수 있는 문장.
그는 엽서를 조용히 창틀에 올려두고,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 순간,
문득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린 듯했지만—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돌아보는 건
그의 몫이 아니었다.
그는 창밖을 보며
혼잣말처럼,
그러나 분명하게 말했다.
“떠나도…
나는 머물겠어요.”
그리고,
다시
라디오에서
그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대 외로워 울지만,
나 항상 그대 곁에 머물겠어요.
떠나지 않아요…”
그는 눈을 감았다.
한동안 그러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이제 완전히
그 자리에 닿아 있었다.
📍
이야기는 조용히 끝났지만,
그 자리는 지금도 누군가에게 열려 있다.
그것이 진짜 ‘머무는 사랑’이다.
📘 시리즈 안내
《She Left, and I Stayed》는
떠남과 머무름 사이의 조용한 감정을 그리는 이야기입니다.
🔹 1화부터 보기
https://essay9489.tistory.com/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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