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사람의 조용한 고백. 떠난 이가 돌아올 자리를 지키는 진오의 밤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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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사람이 말을 하지 않는 이유가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진오는 요즘 말을 아꼈다.
예전보다 더 조용했고,
더 자주 고개를 끄덕였다.
동네 할머니가 말했다.
“진오야, 너는 왜 늘 같은 자리에 있냐?”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머무는 이유는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그날도 국밥집이었다.
하용석 사장은 늘 그랬듯
국을 푸고 있었고,
진오는 반쯤 식은 밥에
조용히 숟가락을 들고 있었다.
“잘 사는 게 뭐라고 생각하냐?”
하용석이 물었다.
진오는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누가 돌아올 수 있게
자리를 지키는 거요.”
“그게 잘 사는 거냐?”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사람들은 떠나고,
도시는 변하고,
시간은 흘렀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그 자리를 떠난 적 없었다.
그리고 그건
누구를 위한 것도,
무엇을 바라는 것도 아닌
그저 그의 방식이었다.
그날 밤,
그는 다시 창가에 앉았다.
노을은 사라졌고,
대신 어둠과 바람이 남아 있었다.
그는 조용히,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말했다.
“나는 떠나지 않을 거야.”
“그대 외로워 울지만,
나는 항상 그대 곁에 머물겠어요…”
그 노래처럼.
그의 마음은
아직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 시리즈 안내
《She Left, and I Stayed》는
떠남과 머무름 사이의 조용한 감정을 그리는 이야기입니다.
🔹 1화부터 보기
https://essay9489.tistory.com/96
📍 7화 예고 — 최종화
《떠나도 나는 머물겠어요》
그녀는 돌아올까?
혹은 그는, 끝내 아무 말 없이 남을까?
이야기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한 자리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