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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소설

소녀는 떠났고, 나는 남았다 5화 / 그대 외로워 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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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뒤에야 알게 된 감정의 자리. 그녀가 바라보던 창문과, 그 창에 남아 있던 사람의 얼굴에 대한 이야기.

“비 내리는 밤, 버스 창가에 앉아 흐릿한 도시 불빛을 바라보는 젊은 여성의 쓸쓸한 모습을 유화풍으로 그린 그림”

 


 

도시는 그녀를 환영하지 않았다.
김아란은 그걸,
도착한 첫날 저녁부터 알았다.

 

전세 낀 반지하 방엔
햇빛보다 형광등이 먼저 도착했고,
윗집에서 들리는 쿵쾅거림은
마치 ‘여긴 너 같은 사람이 올 곳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듯했다.

 

‘괜찮아.
여기서 시작하는 거야.
내 무지개는… 분명 여기 어딘가 있을 거야.’

 

그녀는 스스로를 다독였고,
스스로에게 속았다.


낮에는 사무보조 아르바이트,
밤엔 짧은 연기 수업,
그리고 주말엔 카페에서 알바.

 

꿈을 좇는 삶은
매우 현실적이었다.

 

다만,
현실은 언제나
감정을 늦게 따라왔다.


하루는,
연기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
버스 안에서 라디오가 흘러나왔다.

 

“그대 외로워 울지만,
나 항상 그대 곁에 머물겠어요…”

 

그 노래였다.
그 노래.
그 노래.

 

창밖에는 불 꺼진 아파트 단지들이 늘어서 있었고,
그녀는 문득,
그의 집 창문이 떠올랐다.

 

늘 조용하고
늘 따뜻했던 그 창가.

 

그가 지금,
이 노래를 듣고 있다면 어떨까?
아니,
그는 아직도 그 노래 안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눈물이 났다.
조용히,
그러나 막을 수 없게.

 

버스 안에서 그녀는
소리 없이 울었다.


그날 밤,
그녀는 SNS에서
그의 사진을 하나 발견했다.

 

누군가 찍은 마을 시장 풍경 속,
뒤쪽에 희미하게 찍힌
그의 옆모습.

 

그는…
그때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러나 모든 걸 안고 있는 얼굴.


“떠나와 보니,
내가 찾고 있던 건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머물던 시간이었구나.”

 

그녀는 혼잣말을 했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리고
오래도록 잠들지 못했다.


 

📘 시리즈 안내
《She Left, and I Stayed》는 ‘머무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랑, 선택, 머뭇거림…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 사이의
조용한 균열과, 말 없는 충돌을 그립니다.


5화는 도시로 떠난 아란의 외로움을 따라가며,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머물던 시간’을 그리워하게 되는 순간을 비춥니다.

 

📍 6화 예고

《그 자리에 머물렀던 사람》
– 진오는 말하지 않았지만,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묻지 않았지만,
늘 생각하고 있었다.

 


✍️ 작가 서명

by Yohan Choi | 깊은만족의 Savor Balance  |  Savor Balance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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