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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에세이

순수함과 두려움 2편 / 순수함은 무기가 아니라, 최후의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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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양피지 배경 위에 도덕적 용기와 내적 진실을 남긴다.

순수함은 지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진실이다.


시리즈 소개
《순수함과 두려움 – 존재의 끝에서 우리가 붙드는 것》 시리즈는
우리가 믿었던 것들이 하나씩 무너져갈 때,
그 속에서도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순수함’이라는 감정의 본질을 추적합니다.
1편에서는 ‘모든 것’이라 믿었던 것들이 사라질 때 마주하는 두려움을 다루었고,
이번 2편에서는 그 순수함을 끝까지 지켜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묻습니다.


🧭 “순수함은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 싸워서 지켜내야 하는 자기 자신이다.”


📘 
순수함은 때때로 아름답다고 말해진다.
그러나 나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순수함은 쉽게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순수함이 빛나 보이는 것은,
그가 아직 그 순수함을 시험당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은, 그가 아직 타인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위치에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순수함을 가진 채,
힘을 갖게 되었을 때—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그의 순수함은 다른 이들에게 불편한 거울이 된다.
그의 말과 선택은, 타협에 익숙한 자들에게는 도발이 되고,
그를 따르는 자들이 생길수록, 기존의 체계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 순간부터,
순수함은 누군가에게 불편한 진실이자
제거하고 싶은 대상이 된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선, 순수함보다 더 강한 힘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감정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그 감정이 현실의 벽과 마주하고,
권력과 타협해야 하는 순간이 올 때,
순수함은 전선이 된다.
 
칼을 들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 칼보다도 단단한 자기 결단과 희생의 의지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순수함은
자신을 믿고 따라온 사람들 앞에서
결국 굴복하거나 타협하거나 꺾이게 된다.
 
터키 드라마 〈에르투룰〉에서,
그는 늘 말한다.
“신을 위해 오늘 죽어도, 옳은 길을 가겠다.”
 
그 고백이 아름다운 것은,
그가 단지 이상주의자여서가 아니라,
그 이상을 목숨으로 증명할 각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은 타협을 요구한다.
하지만 순수함은 타협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순수함은 무기가 아니라 질문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나는 그것을 끝까지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나는 내 순수함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는가?”
 
순수함은 결국,
누구에게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 앞에서 물어야 하는 마지막 질문이다.


📚 미주 / 참고문헌

  1. 알베르 까뮈, 『반항하는 인간』, 민음사, 2010.
    까뮈는 단순히 고통을 견디는 인간이 아닌, “부조리에 저항하며 반항하는 인간”을 이야기한다.
    이 ‘반항’은 비폭력적 저항이지만, 철저한 자기 증명의 길이다.
    본문의 ‘순수함을 지키는 결단’은 까뮈의 ‘반항의 윤리’와 같은 결을 가진다.
  2. 막스 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 『직업으로서의 학문·정치』, 나남출판, 2007.
    베버는 정치를 “강한 신념을 현실과 충돌시키는 싸움”이라고 말한다.
    ‘순수한 신념’만으로는 정치적 책임을 감당할 수 없으며,
    ‘책임윤리’와 결합되어야 비로소 지속가능한 가치가 된다.
    이 지점은 순수함이 현실을 마주할 때 요구되는 결단력과 맞닿는다.
  3. 플라톤, 『국가』 제6~7권, ‘철인정치’.
    플라톤은 ‘가장 정의로운 자’가 결국 공동체에서 가장 고통받는 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진리를 본 자는 오히려 공동체에 의해 제거된다.
    이는 본문에서 순수함이 ‘권력화’되는 순간, 사회적 위협이 되는 구조와 연결된다.
  4. Ertuğrul: Diriliş (2014–2019), Mehmet Bozdağ 감독.
    실제 오스만 제국의 정신적 창시자로 평가받는 에르투룰은,
    종교와 정의를 위해 수많은 배신과 죽음을 견뎌낸 인물이다.
    본문에서 언급된 “신을 위해 오늘 죽어도 옳은 길을 간다”는 선언은
    순수함의 윤리적 실천을 강력하게 상징한다.

🔚 마무리 문장 (시리즈 마무리 선언)
“우리는 모두 한 번은 순수했었다.
그러나 그 순수함을 지켜내는 자만이, 끝까지 인간이다.”


 
🖋️ by Yohan Choi | 깊은만족의 Savor Balance
🌐 www.SavorBalan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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