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할 것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무엇이 맛있는가”를 물어왔다.
맛집, 미식, 취향, 감성.
음식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문화가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 표현이자 소비의 언어가 되었다.
그런데 요즘,
나는 아주 다른 질문을 자주 하게 된다.
“이 한 끼가,
내일을 버티게 해주는가?”
이 글은 레시피가 아니다
이 글은
요리 방법이나 계량을 설명하기 위해 쓰인 글이 아니고,
사진이나 이미지가 중심이 되는 글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앞으로 시작될
〈살기 위해서 먹는다〉 실전 레시피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첫 문장이다.
왜냐하면
이해 없이 레시피를 내면,
그건 그냥 요리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맛을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버티는 방법을 기록하려는 시도다.
우리는 왜 다시 ‘먹는 문제’로 돌아왔는가
지금 우리는
아주 조용하지만 분명한 전환점에 서 있다.
- 노동은 점점 기계의 영역이 되고
- 계급은 소득이 아니라 유지할 수 있는 장비로 갈라지며
- 집보다 차량과 도구가 먼저 생존을 결정하고
- 소비는 위로가 아니라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아직 뉴스 헤드라인이 되지 않았지만,
삶의 바닥에서는 이미 체감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구조는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수렴한다.
“하루를, 어떻게 버틸 것인가?”
그 질문의 가장 낮은 지점,
그러나 가장 현실적인 지점이 바로 식사다.
‘잘 먹자’의 시대는 끝나고 있다
이 시리즈는
“맛있게 먹자”는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 매번 다른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되는가
- 싸지만 영양이 무너지지 않는가
- 오래 반복해도 몸이 버틸 수 있는가
- 조리가 부담이 되지 않는가
- 상황이 흔들려도 유지 가능한가
이 질문들 앞에서
우리는 솔직해져야 한다.
앞으로의 식사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유지의 문제가 된다.
‘살기 위해서 먹는다’는 말의 진짜 의미
이 말은
금욕을 말하지 않는다.
가난을 미화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아주 냉정한 선언이다.
“먹는 방식이 무너지면,
생존의 다른 모든 기반도 함께 무너진다.”
몸이 무너지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판단력이 흐려지면 선택이 망가지고
선택이 망가지면 구조에 끌려다니게 된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음식을 이야기하지만,
실은 존엄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바로 레시피를 내지 않는다
다음 주부터
이 블로그에는
‘실제로 따라 할 수 있는 음식들’이 올라올 것이다.
하지만 그 음식들은:
- 멋있지 않을 수도 있고
- 사진이 예쁘지 않을 수도 있고
- SNS에 올리기엔 재미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만들 수 있고,
계속 먹을 수 있고,
계속 버틸 수 있는 식사다.
이 글은
그 레시피들을 이해하기 위한
사전 설명서다.
이 시리즈는 이렇게 읽어야 한다
〈살기 위해서 먹는다〉는
요리 블로그가 아니다.
이 시리즈를 이렇게 읽어주길 바란다.
- “오늘 뭐 해 먹지?”가 아니라
→ “이 식사는 나를 얼마나 오래 데려갈까?” - “맛있을까?”가 아니라
→ “이걸 반복해도 괜찮을까?” - “잘 차린 한 끼”가 아니라
→ “무너지지 않는 한 끼”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기록이
앞으로 이어질 레시피들이다.
마지막으로
문명은
늘 가장 사소한 곳에서 무너진다.
식사가 무너지고,
리듬이 무너지고,
몸이 무너진 뒤에야
사람들은 구조를 탓한다.
이 시리즈는
그 순서를 거꾸로 돌려보려는 시도다.
무너지기 전에,
먹는 방식부터 다시 정렬해보자는 제안.
다음 글부터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먹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 다음 글 예고
〈살기 위해서 먹는다〉 실전 레시피 1
— 싸지만, 오래 가는 식사의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