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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 식문화

《오감으로 맛보다 | Tasting with All the Senses》 시리즈 4편,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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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편: 음식의 소리와 온기 – 마음을 안심시키는 감각의 힘


🔉 들리는 맛, 마음에 스며드는 온도

우리는 음식을 ‘먹는다’고 표현하지만, 사실은 ‘느낀다’에 가깝습니다. 그 느낌 중에서도 쉽게 간과되는 감각이 바로 청각과 촉각입니다. 그러나 이 두 감각은 때때로 시각보다, 미각보다 더 깊이 우리의 정서에 닿습니다.

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소리, 김치의 아삭한 씹힘, 밥솥에서 나는 마지막 증기의 숨결 같은 소리들. 그리고 따뜻한 국그릇을 두 손으로 감쌀 때 전해지는 온기, 수저 끝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질감. 이 모든 것은 단순히 감각을 넘어 마음을 안심시키는 언어입니다.

 

👃 후각의 감정 연결에 대해 알고 싶다면 [10편 – 향기로 기억되는 음식]을 추천합니다.


🎵 한국 음식과 청각의 정서

한국 음식은 유난히 소리가 많은 음식입니다. 부침개가 부치는 소리, 찌개가 끓는 소리, 고기 굽는 지글거림. 이런 소리는 단지 조리 과정의 부산물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손길의 배경음이자, 식탁 앞에서 ‘이제 곧 따뜻한 밥이 나온다’는 기대감의 사운드트랙입니다.

이런 소리는 우리의 감정과 기억을 움직입니다. 어린 시절 엄마가 반찬을 볶던 프라이팬의 소리, 설날 아침 전 부치는 소리. 소리는 향기만큼이나 강한 정서의 단서가 되어, 우리의 내면 깊은 곳을 두드립니다.

식사 중의 소리도 중요합니다. ‘먹방’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도 씹는 소리,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 국물 떠먹는 소리 등 식사의 리듬이 정서적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죠.


✋ 촉각으로 완성되는 온기의 기억

음식의 온도는 단지 뜨겁고 차가움을 넘어서 감정을 전달합니다. 뜨끈한 국 한 모금이 속을 달래주듯, 따뜻한 음식은 마음의 위로가 됩니다. 손에 감기는 그릇의 온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찜, 입속에서 퍼지는 부드러운 질감. 이 모든 감각이 뇌와 연결되어 ‘안심’이라는 신호를 보내죠.

한식의 특징 중 하나는 이런 따뜻함이 식사의 전 과정에 걸쳐 배려된다는 점입니다. 밥은 갓 지은 것을, 국은 뚝배기나 냄비에 담겨 식지 않도록, 손에 들고 먹는 김밥 하나도 방금 만든 온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 청각과 촉각이 만드는 뇌의 반응

신경과학적으로도 청각과 촉각은 음식 경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소리와 온기는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스트레스를 낮추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일례로, 일본 교토에서는 식당에서 ‘조용한 식사’를 유도하는 대신, 음식을 조리하고 먹는 소리를 의도적으로 강조해 명상 같은 식사 경험을 제공합니다. 한국의 전통 찻집에서도 찻잔을 따뜻하게 데우고, 조용히 잔을 부딪치지 않도록 권하는 풍경은 바로 이 감각적 집중을 높이기 위한 예법이죠.

이처럼 청각과 촉각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감정을 정돈하고 삶을 회복하는 도구입니다.

4편: 음식의 소리와 온기 – 마음을 안심시키는 감각의 힘


🌿 실천: 소리와 온기에 집중하는 식사 습관

  • 식탁에 앉기 전, 조리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 먹기 전에 음식의 온기를 손끝으로 느껴보기
  • 한 입 먹을 때마다 천천히 씹으며 그 소리에 집중하기
  • 전자레인지보다는 직접 데운 음식을 택해보는 작은 실천

이러한 작은 감각의 집중이 쌓이면, 우리는 식사를 통해 자신을 돌보는 감각의 루틴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그 소리'를 기억하는 사람이 아닌, 그 소리를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는 걸 제안합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추억 속에 어머니의 새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새벽녘 부엌에서 들려오던 달그락, 슥—작고 조용하지만 안심되는 그 소리. 아직 잠이 덜 깬 아이는 이불 속에서 그 소리를 들으며 행복을 배웠습니다. ‘아, 오늘도 배고프지 않겠구나’, ‘따뜻한 무언가가 날 기다리고 있겠구나’—그 안도감과 기대감.

이제는 우리가 그 기억의 소리를 만들어주는 사람이 될 차례입니다. 어릴 적의 그 감각을 기억한다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그런 마음을 전해야 할 때입니다.

  • 나만의 18번 요리 메뉴 하나 만들기
  • 부모님께 요리를 해드리기, 그 사랑을 되돌려드리기
  • 고마운 사람, 존경하는 사람을 집으로 초대해서 직접 차려주기

혹자는 말합니다. 뉴욕에서는 정말 귀한 사람에게는 외식이 아니라 집으로 초대해 ‘직접’ 요리해주는 것이 가장 큰 대접이라고. 그 정성, 그 시간, 그 향기와 소리는 단지 맛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당신을 소중히 여긴다’는 사랑의 언어입니다.

 

소리와 온기를 기억하세요. 그리고 문득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어릴 적 부모님의 음식 준비 소리를 듣는 동시에, 부모님 앞에서 쩝쩝, 후루룩—기꺼이 행복하게 먹는 소리를 내는 아이이기도 했습니다. 사랑은 이렇게 양방향으로 흐릅니다. 들리는 자이자 들려주는 자, 받은 자이자 돌려주는 자로.

이제는 그 반대 순서로 살아볼 시간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부모님, 은사, 고마운 이들에게 달그락 소리를 내며 요리하고, 그분들이 그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내는 소리를 경청하는 사람이 되어보세요. 그것이야말로 온전한 사랑의 완성이며, 오감으로 느끼는 최고의 감각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소리를 만들어 사랑을 전하세요. 그게 바로 우리의 삶이 누군가에게 향기로운 기억으로 남는 길입니다.


🌏 한국 음식, 소리와 온기로 전해지는 감정의 문화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을 처음 접할 때 가장 놀라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소리’입니다. 특히 김치찌개, 비빔밥, 불고기 등은 조리부터 식사까지 생생한 소리의 드라마를 가지고 있죠. 이 소리들은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정서이고, 외국인에게는 한국인의 따뜻하고 정 많은 문화를 느끼게 하는 정서적 입구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뜨끈한 국과 찜 요리들이 한국 식문화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는, 그 온기의 문화 자체가 한국인의 ‘정(情)’을 말없이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 오감의 마지막 통로, 마음으로 느끼는 맛은 [12편 – 감정의 통로]에서 이어집니다.


📍 《5편: 감각의 균형, 삶의 맛 – 오감이 만나는 식사의 아름다움》도 기대해주세요.

《오감으로 맛보다》 시리즈는, 음식이라는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감각을 다시 찾아, 살아있음을 느끼는 여정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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