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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 식문화

《오감으로 맛보다 | Tasting with All the Senses》 3편,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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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편: 향기로 기억되는 음식 – 후각과 감정의 통로


 

🌸 향기는 왜 기억을 불러올까?

누구나 한번쯤 어릴 적 어머니가 끓여주던 된장찌개의 냄새나, 길거리에서 우연히 맡은 군고구마 냄새에 아련한 기억을 떠올린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향기는 우리의 기억과 감정을 가장 깊고 강렬하게 자극하는 통로입니다.

후각은 다른 감각과 달리 뇌의 '편도체'와 '해마'라는 영역과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 편도체는 감정을 관장하며, 해마는 기억을 관리하는 영역이죠. 향기가 강력한 감정과 기억을 불러오는 것은 바로 이런 과학적 이유 때문입니다.


🍚 한식의 향기가 품은 한국인의 정서

한식은 맛보다 먼저 향기로 다가오는 음식입니다. 밥을 지을 때 퍼지는 고슬고슬한 밥내음, 된장찌개가 끓으며 온 집안을 채우는 구수한 냄새, 참기름이 닿아 음식에 입혀지는 순간 풍기는 고소함까지, 한국인의 삶은 향기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국인에게 음식의 향기는 단순한 냄새를 넘어 '정(情)'의 표현입니다. 어머니가 가족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준비한 음식의 향은 돌봄과 사랑의 상징이며, 명절에 가득한 전과 나물의 냄새는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는 기쁨과 그리움입니다.


🌾 한국인의 문화 속에서 후각의 의미

문화인류학적으로 볼 때, 한국인은 오랜 역사를 통해 자연과의 공존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후각을 통해 계절과 자연의 순환을 느껴왔습니다. 봄이면 풋풋한 나물 향, 여름이면 시원한 오이냉국의 신선한 냄새, 가을이면 쌀이 익어가는 들판의 향기, 겨울이면 김장김치의 알싸한 향기가 한국인의 삶 속에 깊숙이 배어 있습니다.

이처럼 계절마다 달라지는 향기는 한국인에게 자연과의 공존과 삶의 균형을 상기시키는 소중한 문화적 자산입니다.


🧠 향기로 기억하는 개인과 문화의 이야기

향기가 주는 힘은 개인적 차원에서만 그치지 않고, 한국이라는 공동체의 기억과 정서를 형성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합니다. 김치, 된장, 간장 같은 발효음식의 특유의 향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유하는 정서적 연결점입니다.

외국에 나가 살면서 고국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김치나 된장의 향을 맡으며 눈시울을 붉히는 이유는, 그 향이 단지 음식의 향기를 넘어 고향과 가족,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강력한 감정적 매개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 향기를 일깨우는 삶의 작은 실천

일상에서 후각을 다시 깨우는 것은 곧 삶의 감정을 되살리는 일입니다. 그 시작은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가장 좋은 시작은 '감사'입니다.

우리가 매일같이 마주하는 부모님의 밥상, 익숙한 국물 냄새, 구수한 된장의 향… 너무나 당연해서 무심코 지나쳤던 그 향기들에 감사해보는 것이죠. 그 향취는 언젠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더 이상 밥을 차려주시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고, 우리가 떠나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느끼는 향은 일상 속에 깃든 기적이자, 사라질 수밖에 없는 선물입니다.

또한 우리는 누군가의 집을 방문할 때 그 집 고유의 향을 느낍니다. 한국인의 가정마다 다른 음식 냄새, 나무 가구의 향, 옷에서 배어 나온 섬유유연제의 냄새까지—모두가 그 공간의 정서와 상태를 전달해줍니다.

심지어 부부싸움을 한 집에 들어가면, 말없이 앉아 있어도 왠지 모르게 공기가 무겁고 싸늘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그 분위기를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피부에 와닿는 공기의 질감, 혹은 긴장된 기류에서 나는 냄새가 후각을 통해 전달되는 것입니다. 향은 단지 냄새가 아니라, 공간의 정서와 사람의 감정을 비추는 투명한 언어입니다.

이런 감각을 깨우기 위한 작은 실천들:

  • 식사 전 잠시 눈을 감고 음식을 냄새 맡으며 감사하기
  • 계절의 변화마다 자연의 향기를 기억하며 감사해보기
  •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음식을 나누며 각자의 기억 속 향기를 이야기해보기
  • 특별한 순간이나 일상의 향기를 글이나 사진으로 기록하며 기억을 간직하기

향기를 느끼는 행위는 곧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살아내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더 깊고 풍성하게 삶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음식의 시각적 감각이 궁금하다면 [9편 – 음식의 색과 형태]도 함께 읽어보세요.


🌏 우리의 향기를 세계에 전하기

우리 한국인의 삶과 문화, 정서를 품은 향기는 이제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한식이 글로벌화되며 외국인들도 김치, 고추장, 된장의 향을 통해 한국인의 삶과 철학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 향기들은 단지 냄새가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리는 문화적 메시지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향기를 더욱 자랑스럽게 세계에 전할 수 있습니다.


📍 《4편: 씹는 소리, 삶의 리듬 – 청각으로 맛보다》도 기대해주세요.

《오감으로 맛보다》 시리즈는, 음식이라는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감각을 다시 찾아, 살아있음을 느끼는 여정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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