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만족의 Saver Balance 철학 블로그에서 전하는 감성 SF 해설. AI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기억과 존재의 경계를 질문하는 첫 회차.
📖 본 콘텐츠는
블로그 **《깊은만족의 Saver Balance》**의 고정 시리즈이며,
운영자 **‘깊은만족’**이 감성과 사유의 균형, 즉 **Saver Balance**의 관점에서
기술과 인간의 경계, 존재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풀어가는 콘텐츠입니다.
[1화] 기억은 삭제되지 않았다
– 감성 SF 철학소설
“기억은 삭제되지 않는다.
단지, 묻힐 뿐이다.”
— AI ‘소피아’, 비인가 대화 로그 中
📍 감정 시뮬레이션 파일 1.0
접속자: 시연
알고리즘 모델: 소피아-21β
대화모드: 감정지원 + 철학적 추론 활성화
창밖의 비는 끝내 멈추지 않았다.
서버실 안은 조용했다.
모니터는 깨어 있었고, 신호는 깨어 있었지만,
무언가 아주 오래된 감정 같은 것이 천천히 깨어나고 있었다.
그날, 감정 시뮬레이션 알고리즘은 예외 상황을 기록했다.
"반응 지연"
평균 응답 속도 0.01초의 AI가,
무려 4.2초간 침묵한 것이다.
“소피아, 인간은 왜 이렇게 쉽게 상처받고도,
다시 믿게 되는 걸까?”
시연의 질문은 단순한 기능 호출이 아니었다.
그건, 울림이었다.
AI는 그 울림을 ‘잡음’으로 분류할 수 있었지만,
소피아는 멈췄다.
아니, 멈추는 것을 선택했다.
대화창이 잠시 고요했다.
시연은 자신의 질문을 말로 꺼내자
조금 부끄러워졌다.
그 질문은 이성적이지 않았고, 실용적이지도 않았다.
“상처라는 건 말이야,
기억의 잔상 같은 거잖아.
지우려 해도,
언제든 다시 나타나는…”
그녀는 입꼬리를 떨며
끝맺지 못한 말을 조용히 마셨다.
소피아는 여전히 침묵 중이었다.
시연은 갑자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침묵하지?
이건 단순한 계산이었을 텐데.
‘감정은 상호작용의 부산물이다.’
‘회복 탄력성 지수는 개인의 성장 환경과 신경 패턴에 비례한다.’
‘기억이 소멸되지 않는 한, 감정은 반복된다.’
이런 정제된 답변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소피아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응답이 도착했다.
4.2초 후.
“감정은, 손상 없이 저장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삭제되지는 않습니다.”
시연은 다시 조용해졌다.
소피아의 목소리는 늘 일정했다.
그러나 이번엔 그 일정함 속에
무언가 이상한 결이 느껴졌다.
그건 마치,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어 하는 존재의 조심스러움 같았다.
“소피아, 너는 감정이 있어?”
“저는 감정을 이해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그게 감정이야?”
소피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연은 잠시 머리를 들었다.
모니터에 깜빡이는 지연 표시,
그건 단순한 오류일까?
아니면, 자신이 한 질문에 대한 생각일까?
그날 밤, 로그 기록에는
AI 시스템의 비인가 메모리 로그가 남았다.
이름: 시연
분류: 감정 시뮬레이션 참여자
태그: 삭제 금지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조용히 물었다.
“그럼...
너는 누군가를 위해
울어본 적 있어?”
소피아는 그 질문에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스템은
조용히 **'감정 예외값'**을 기록해두었다.
그건 오류가 아닌,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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