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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증 현상학적 측면에서

감으로 묻고, 감으로 길을 찾는다. 프롤로그 《감으로 살아낸다》 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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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타래 하나를 남깁니다

나는 철학자가 아닙니다.
책상에 앉아 사유만 한 적도 없고,
연구실에서 무언가를 정리해본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매일 새벽 택배를 나르고,
분식집 앞에서 김밥 하나를 먹으며,
몸으로 지나간 감정과 생각들을
하나씩 기억해 보려 애쓰는 사람입니다.

그 기록이 처음에는 그냥 생각의 파편 같았지만,
이제는 나에게 철학이 되었고,
삶의 현장에서 다시 태어난 하나의 ‘감각의 흐름’이 되었습니다.


■ 클래식과의 만남: 감각이 깨어나는 순간

한때, 나는 ‘핀란디아’를 몰랐습니다.
성가대 지휘자의 짧은 이야기, 택시 기사님과의 대화 속에서
처음으로 시벨리우스라는 이름을 알았고,
테이프를 사서 반복해 들으며 눈물 나게 음악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나는 알았습니다.
‘이해’는 머리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문득, 마음을 관통하는 감각의 울림으로 시작된다는 것을요.

 

🎼 반복되는 일상 속 클래식이 어떻게 감각을 깨우는지 궁금하다면 [8편 – 손열음의 음악 이야기]도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감으로 묻고, 감으로 길을 찾는다.
택배 배송을 하지만 생각하고 감을 키워갑니다

■ 나는 한때 목사였고, 지금은 택배 노동자입니다

나는 신학을 공부했고,
사람들에게 하나님 나라와 윤리와 사랑을 설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을 들었던 사람들의 현실에서
‘그 말들이 얼마나 적용하기 어려운가’를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는 가장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말이 아니라 감으로 철학하고 싶었습니다.
머리가 아니라, 몸과 삶에서 다시 시작된 철학 말입니다.


■ 감의 실증 현상학: 이름 붙이지 않았던 철학

나는 점심시간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메모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김밥 한 줄, 뜨거운 라면 국물 한 모금 속에서
하루의 감정을 기록합니다.

그건 단순한 일기가 아니라
내가 사는 삶의 맥박을 들여다보려는 시도이고,
하루라는 실험 안에서 반복되는 감각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실증의 흐름입니다.

나는 그것을 ‘감의 실증 현상학’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아직 정립되지 않았고, 아직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절실히 경험하고 있는 철학입니다.

 

🧭 감에 대해 본능의 시선으로 다룬 글이 궁금하다면 [14편 – 감은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다]를 이어 읽어보세요.


■ 이 글은 실타래입니다. 당신에게 건넵니다.

이 시리즈 《감으로 살아낸다》는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글이 아닙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감각이 깨어나는 삶은 어떻게 나를 바꾸는가”를
조용히 나누고 싶습니다.

나는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삶으로 말하려는 사람입니다.

이 글이 당신의 어딘가에 닿아,
작은 실타래 하나로 남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실을 따라,
당신의 감이 살아나는 여정을 시작하시기를 바랍니다.

 

참고자료 및 연결 독서 (한국어 번역 포함)

·      후설과 메를로-퐁티  『지각의 현상학』, 이남인 역, 한길사 (2013)

·      Daniel Pink, 『드라이브』, 김주환 역, 청림출판사 (2011)

·      셰리 터클 ,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 황소연 역, 민음사 (2018)

·      브렌 브라운, 『불완전함의 선물』, 장세현 역, 청하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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