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문어를 손질하는 모습을 본 순간,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타코야끼 한 알에 담긴 삶과 철학.
오늘 하루도 몸은 움직였고,
마음은 멈춰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그 냄새가 나를 붙잡았습니다.
🌇 냄새는 기억보다 빠르다
저녁 6시.
대전 중심가의 한가한 건물 앞.
나는 배가 고팠다.
점심은 대충 때웠고,
하루 종일 움직였던 몸은
조용히 “이제 그만 좀 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 건물은 예전엔 극장이 있던 곳이었다.
이제는 극장이 떠난, 약간은 허전한 건물.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 1층에, 타코야끼 집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날,
냄새가 너무 강하게, 너무 정직하게 풍겨왔다.
“안 돼…
그거 또 사 먹으면 오늘 하루 식비는 끝이야.
아껴야지, 참자.”
나는 그렇게 철학적으로 외면하며
발걸음을 빨리 옮겼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 생문어를 본 순간, 마음이 무너졌다
내 시야에 들어온 건,
싱크대에 힘없이 늘어진 한 마리 문어였다.
주인 아저씨는 그 문어를
가위로 조심스럽게, 아주 정중하게 잘라내고 있었다.
그리고 살짝 데친 문어 조각을 반죽 속에 넣고 있었다.
“진짜… 문어를… 손질하고 있어?”
“이건… 그냥 타코야끼가 아니다.”
“이건 예술이다.”
나는 철학을 잊고,
식욕을 핑계로 정당화했다.
“아내랑 같이 먹으면 되지.”
“오늘만이야. 다음부터는 안 사면 되지.”
“현금 결제하면 한 알 더 준다고 했잖아.”
그리고 나는,
중짜 타코야끼 세트를 현금으로 주문했다.
🧑🍳 굽는 시간, 살아내는 시간
타코야끼는 바로 되지 않는다.
그 집은 오후 늦게 문을 열고, 하루 종일 불 앞을 지키는 집이다.
나는 기다리며 여사장님께 물었다.
“장사 좀 되세요?”
그분은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너무 안 돼요.
정말, 장사 안 돼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유, 그래도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타코야끼 진짜 맛있어요. 장사 잘 될 거예요.”
하지만 그분은 고개를 저었다.
그 표정은 매일 반복되는 슬픔에 익숙한 사람의 표정이었다.
그 옆에 남편은 계속해서 문어를 손질했고,
그 사이 또 다른 손님이 다가와 물었다.
“얼마나 기다려야 돼요?”
“10분 정도요.”“그래요…”
나는 눈치를 살폈다.
“사장님, 제 거 먼저 손님에게 드리시고 제가 조금 더 기다려도 괜찮아요.”
그 말에 여사장님은 조용히 말했다.
“그렇게 하면 안 돼요.
다들 똑같이 기다리는 거예요.”
그 말이 내 마음을 후벼 팠다.
🎈 한계가 있는 불판, 그리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 가게는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매출이 늘 수 없다.
불판이 정해져 있고,
익히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가지 못한다.
그런데도 그 집은
진짜 문어를 넣고,
한 알씩 정성껏 굽고 있었다.
나는 문득
그 식은 타코야끼를 어떻게 할까? 생각했다.
“저걸 초콜릿처럼 굳히면 어떨까?”
“대전 성심당 초코 튀김소보로처럼 초코 타코야끼를 만들면?”
“하루 동안 못 판 타코야끼를
내가 다 사서 초코 입혀서 다시 팔 수 있다면…”
그건 내가 가진 상상력의 발동이었고,
아직 실행하지 못한 작지만 진심어린 응원이었다.
📱 글 하나가 세 사람에게 닿기를
그날 밤, 나는
이 이야기를 쓰레드에 올렸다.
지금 이 시점,
하트가 86개, 조회수 10,000회를 넘기고 있다.
사람들은 댓글을 달며
“그 가게 어디예요?”
“먹어보고 싶어요”
“주소 좀 알려주세요” 하고 묻는다.
나는 조용히 생각한다.
“이 글 하나가
저 세 사람—남편, 아내, 아들—의 하루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타코야끼 한 알은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삶의 무게는
절대로 가볍지 않았다.
“혹시 이 가게의 위치가 궁금하시다면 댓글에 남겨주세요. 제가 아는 선에서 정성껏 알려드리겠습니다.”
📝 다음 회차는 어떤 에피소드로 이어갈까요?
“혹시 다음 화가 있다면, 아마도 불닭볶음면 한 그릇에서 시작될 겁니다.
하지만 그건 아직, 저도 모릅니다.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