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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치유와 식치

회복되지 않은 뇌 4편 | 뇌에도 안식일이 필요한가

밤의 실내에서 책상에 엎드려 잠든 노년의 인물. 켜진 스마트폰과 잔잔한 조명 아래, 쉬는 듯 보이지만 자극이 멈추지 않는 환경 속에서 뇌가 회복되지 못하는 현대인의 상태를 상징하는 이미지.

 

 

우리는 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로 쉬고 있었는지는,
한 번도 묻지 않았다.

 

— 회복 없는 사용이 만드는 문명적 손상


언제부터 인간은
멈추지 않는 존재가 되었을까.

언제부터 쉼은 죄책감이 되었고,
가만히 있는 시간은
낭비로 취급되었을까.


우리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일을 하지 않을 때조차,
자극을 멈추지 않는다.

화면은 꺼지지 않고,
소리는 끊기지 않으며,
생각은 계속 호출된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사람은 더 이상
“쉬고 있다”고 말할 수 없게 된다.


회복이 사라진 사회

현대 사회는
성취를 기준으로 인간을 평가한다.

얼마나 빨리 반응하는가,
얼마나 많이 처리하는가,
얼마나 오래 버티는가.


그러나 이 기준에는
하나의 중요한 항목이 빠져 있다.

회복이다.


우리는 몸의 회복에는
비교적 관대하다.

근육통이 오면 쉰다.
위가 불편하면 공복을 준다.
심장이 지치면 잠을 잔다.


그러나 뇌에게는
같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뇌는 언제 쉬는가.
뇌는 언제
아무 일도 하지 않는가.


쉬지 않는 것은 병의 조건이라는 오래된 전제

『동의보감』은
병을 외부의 침입으로만
설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복해서 묻는 질문은
이것이었다.

  • 얼마나 소모되었는가
  • 언제 회복되었는가¹

이 관점에서 병은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라,
회복이 누락된 시간의 누적이다.


쉬지 못한 장부는
언젠가 고갈되고,
그 고갈은
증상으로 드러난다.


이 전제는 낯설지 않다.
다만 우리는
그 질문을
더 이상 하지 않을 뿐이다.


‘언제’를 먼저 묻는 사고

『동의보감』이
반복해서 강조한 것은 이것이었다.

무엇을 먹었는가보다
언제 먹었는가,

얼마나 잤는가보다
언제 잤는가.


회복은
양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사고는
오늘날의 뇌 문제를
다시 보게 만든다.


현대인은
잠을 줄인 것이 아니다.
회복이 가능한 시간대를
자극으로 대체했다.


밤의 깊은 시간은
더 이상 회복의 영역이 아니다.

영상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자동 재생이
리듬을 대신한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회복은
일어나지 않는다.


안식일은 종교가 아니라 생리였다

안식일은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을 소모시키지 않기 위한
리듬 장치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
아무 성과도 요구되지 않는 시간,
멈춰도 되는 구조.


이 리듬은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계와 기억 체계가
과부하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비가동 구간’**에 가까웠다.


이 장치가 사라졌을 때,
인간은
쉬는 법을 잃었다.


그리고 멈추지 않는 사회는
멈추지 못하는 뇌를
만들어냈다.²


개인의 문제가 아닌 이유

이 문제를
개인의 의지로 환원하는 것은 쉽다.

“줄이면 된다.”
“끊으면 된다.”
“관리하면 된다.”


그러나 회복이
불가능한 구조 속에서
개인의 선택은
항상 불리하다.


멈추면 뒤처지고,
쉬면 불안해지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회복되지 않은 뇌는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멈춤을 허용하지 않는
문명의 산물
이다.


질문은 여기까지다

이 글은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처방도,
계획도,
실천 목록도 없다.


다만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언제부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시간을
잃어버렸는가.


그리고 또 하나의 질문을
덧붙인다.


뇌가 회복될 기회를
갖지 못한 사회에서,

기억을 잃는 책임은
과연 개인에게만
있는가.


이 질문은 다음 글에서,
‘치매’라는 현상을
개인의 노화가 아니라
문명의 조건으로
다시 묻는 지점
으로
이어진다.


각주

  1. 허준, 『동의보감』(1613), 내경·잡병편.
    병을 외부 병인보다 소모와 회복의 균형 붕괴로 설명하며,
    양생(養生)과 시기(時機)를
    “언제 회복했는가”라는 질문으로 묻는다.
  2. 회복을 허용하지 않는 현대 사회에 대한 철학적 비판은
    The Burnout Society,
    **The Scent of Time**에서
    성취 사회와 시간 붕괴의 문제로 분석된다.

📌 Meta Description

A society that never allows rest creates brains that cannot recover.
An essay on rest, rhythm, and modern civilization.


🔗 

이 글은 《회복되지 않은 뇌》 시리즈의 4편입니다.
앞선 글에서는 수면 리듬과 배경 자극을 다뤘고,
다음 글에서는 치매를 문명의 질병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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