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배부른데도 늘 허기지다.
잃어버린 것은 음식이 아니라, 리듬이다.
이제 유목민의 식탁에서 회복의 시간을 다시 배우려 한다.
《죽도록 배고픈 시대 – 고기 한 조각과 아이린 한 잔으로 회복하다》 시리즈
현대인은 풍요 속에서 허기를 앓고 있다.
이 시리즈는 유목민의 식탁으로 돌아가,
고기 한 조각(카브르마)과 발효유 한 잔(아이린) 속에 숨은
몸의 리듬과 생의 균형을 되찾는 여정을 담는다.
각 편은 단순한 조리법이 아니라
**‘삶을 회복하는 기술’**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왜 우리는 배부른데도 늘 허기진가 — 그 질문에서 시작된다.
📘 유목민 식사로 돌아가는 법 ①
🍽️ 1. 배부른데 왜 허기진가
배고픔은 단순히 음식의 부재가 아니다.
오늘날의 배고픔은 리듬의 붕괴에서 시작된다.
아침은 카페인으로 깨어나고,
점심은 밀가루와 설탕으로 버티며,
저녁은 피로한 몸을 위로하는 자극적 음식으로 끝난다.
우리는 먹지만 소화하지 못한다.
몸은 채워지지만, 삶은 공허하다.
🏙️ 2. 현대의 허기 – 초가공의 리듬
마트의 진열대에는 음식이 아니라 속도가 있다.
조리된 고기, 가루가 된 곡물, 액체로 변한 과일,
모두 ‘즉시 먹을 수 있는 것’으로 가공된 시간의 잔여물이다.
그 속도는 배를 채워도, 생명을 회복시키지 않는다.
몸은 열량을 얻지만, 리듬을 잃는다.
🐫 3. 그래서 나는 ‘유목민 식사’를 다시 꺼내 들었다
유목민의 식사는 느리고 단순하다.
그들은 재료를 ‘변형’하지 않고, 시간과 함께 익혔다.
그들의 음식은 몸의 리듬을 잃지 않는 조리법이었다.
나는 도시의 냉장고 속에서
그들의 방식을 다시 꺼내 보았다.
그건 단순한 음식 복원이 아니라,
삶의 리듬을 회복하는 철학적 시도였다.
🌿 4. 리듬으로 돌아가는 첫걸음
그래서 나는 ‘유목민 식사’를 다시 꺼내 들었다.
그건 단순한 조리법이 아니라,
삶의 리듬을 회복하는 방식이다.
유목민의 식탁에는 늘 두 가지 축이 있었다 —
하나는 고기를 익히는 지혜(카브르마),
다른 하나는 고기를 소화시키는 지혜(아이린)였다.
🍖 카브르마 – 불 없는 고기, 이동하는 사람들의 단백질
유목민에게 고기는 단순한 단백질 공급원이 아니었다.
그건 시간과 이동의 제약을 이겨내는 생존 기술이었다.
“카브르마(Kavurma)”는
터키와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이
양, 염소, 낙타의 고기를 삶거나 살짝 구운 뒤
기름에 오래 졸여 보관하던 방식이다.
기름이 고기를 감싸며 수분을 밀어내고,
균을 차단해 장기 보존이 가능한 단백질 저장소로 바뀐다.
한 조각을 손으로 뜯어 먹으면
손에 물기가 거의 묻지 않는다 —
그 속에는 단백질의 순환 리듬이 남아 있다.
“그들은 불을 사용했지만,
불보다 리듬을 더 잘 다뤘다.”
현대의 삼겹살, 바비큐가 즉각적인 자극이라면
그들의 고기는 지속 가능한 힘이었다.
나는 바로 그 지속성에 이끌렸다.
몸의 회복은 단순히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유지되는 리듬’ 속에서 온다는 것을
그들의 방식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 아이린 – 요구르트보다 오래가는 발효, 소화의 순환
고기를 먹은 후에는 반드시 ‘하얀 음료’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아이린(Ayran)이다.
요구르트는 배를 채우는 음식이지만,
아이린은 몸을 정화하는 리듬의 음료였다.
요구르트가 발효의 결과물이라면,
아이린은 그 발효를 삶으로 되돌리는 과정이다.
요구르트는 묵직하고 점성이 있어 장을 채우지만,
아이린은 물과 소금을 더해
몸의 순환을 회복시키는 생명수로 작용했다.
유목민은 고기를 먹고 아이린을 마셨다.
기름과 단백질이 남긴 무게를
유산균과 소금이 정리해주는,
완전한 순환 구조였다.
“고기는 삶을 버티게 하고,
발효는 삶을 부드럽게 만든다.”
이 두 개의 지혜가 합쳐질 때
비로소 하나의 완전한 회복식이 된다.
🧭 5. 덜 먹는 대신, 다시 리듬을 배우는 시간
현대의 식사는 ‘더 많은 영양’을 향하지만,
유목민의 식사는 ‘더 깊은 순환’을 향했다.
그들은 불을 사용하되 태우지 않았고,
발효를 하되 과하지 않았다.
카브르마와 아이린은
‘덜 먹고도 오래 버티는 법’을 가르쳐준다.
그건 다이어트의 기술이 아니라,
몸과 삶을 동시에 회복시키는 리듬의 철학이다.
이제는 덜 먹는 대신,
다시 리듬을 배우는 시간이다.
📘 다음 편 예고
👉 〈2편 – 먹고도 허기지는 구조〉
: 초가공식품이 만든 허기의 생리학,
몸의 리듬을 빼앗긴 사람들의 이야기.
